목표한 점수인 overall 7점을 따기 위해 그동안 내가 아이엘츠를 공부한 기간은 약 5개월이다. (작년 8월 한달,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4달을 공부했다.) 처음 시험을 보았을 때인 2월 중순에 overall 6.5가 나왔으므로 영어의 기본기는 어느정도 다져진 상태였던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즉 내 점수는 결코 단기간에 획득된 것은 아니다.
그런데 내가 이번 포스팅의 제목을 이렇게 자극적으로 지은 것은, 정말 한 순간에 내 영어 점수가 가파르게 상승한 '기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기점이 다가온 순간, 영어 점수 뿐만 아니라 앞으로 해야할 많은 공부, 심지어 내 자신에게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기에 이를 공유하고자 이렇게 글을 남겨본다.
******이 포스팅은 영어 공부법에 대한 글이 아니라는 점을 미리 밝힙니다. 또한 서론이 기니 공부법만 보고 싶은 분은 밑으로 내려서 보시길 바랍니다*****
우선 나는 아이엘츠를 독학으로 공부했다. 처음 한달은 아이엘츠 시험이 무엇인지 익숙해지는 기간으로 설정하였고, 이후 올해 1월부터 본격적으로 공부를 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2월 중순까지는 남들이 하는 것 처럼 문제를 풀고 해석하고 단어를 외우고, 틀린 문제를 다시 풀어보고 하는 식으로 공부를 했다.
공부량도 적지 않았다. 일어나서 자기 전까지 '머리가 아파서 더 이상 공부를 못할 때 까지' 공부를 했다. 그렇게 한두달을 하고 첫 시험을 보니 overall 6.5가 나와서 첫 시험치고는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고 만족했다.
하지만 문제는 3월부터 다시 공부를 하는데 전혀 점수가 오르지 않으면서 시작되었다. 리딩과 리스닝에서 7.5는 나와야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지문당 1문제 정도만 틀리는 실력을 가지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나는 사실 처음 시작할 때 부터 리딩과 리스닝에서 6.5를 받는 상황이었고 사실상 3달동안 점수는 계속 그대로였다고 볼 수 있었다.
3개월이 지나도 실력에 변화가 없으니 이건 뭔가 잘못되었다 싶었다. 하지만 예정된 목표 기간은 다가오고, 마음은 조급해 지면서 점점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슬럼프라는게 이런건가 싶었다. 특히 나는 왠지 시험을 보면 7점이 나올 것 같아 라는 환상을 가지는데 정작 모의 시험을 보면 점수는 더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 되자 무슨 심장이 아플 정도로 괴로워지기 시작했다.
스트레스를 넘어서서 몸까지 아파오자 이렇게는 절대 실력이 오르지 않겠다 싶었다. 그래서 나는 원래 예정했던 시험을 취소하고, 아예 새롭게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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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시작한 공부법은 다음과 같았다.
1. 2-3일 공부하고 하루는 쉰다.
나는 목표가 생기면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너무 당연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 노력에 집중하다보니 공부의 방법이나 효율에는 신경을 쓰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정말 머리가 깨질 것 같을 때 까지 항상 “책상에 앉아있었다”
변화를 결심한 뒤에는 강박적인 공부 시간에 대한 압박을 버리고, 2-3일 공부하면 하루는 쉬는 패턴으로 마음을 바꾸었다. 사실 하루 할당치를 다 채워야 하루를 잘 살았다는 마음이 드는 생활을 계속 한 사람이 월,화 공부하고 수요일에 쉬는 식으로 공부를 하니 뭔가 잘못하고 있는게 아닌지 불안감도 있었다.
그래도, 우선 너무 비효율적으로 공부하는 '노력'만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해서 휴식시간을 늘였다.
2. 문제풀이를 멈추고, 기본부터 다진다.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시험 점수가 과연 몇 점이 나올지 궁금하여 계속 모의 시험처럼 문제를 풀고 틀린 문제를 확인하는 방법으로 공부를 했다. 하지만 점수는 시험을 볼 때 마다 오히려 계속 떨어지기 시작했다.
공부 방법을 바꾸기로 하고나서 변화를 준 것 중에 하나는 문제 풀이를 멈추는 것이었다. 그리고 약 2주간 해커스 초록이 단어장을 외우기 시작했다. 예전에 몇 번 보았던 단어장이기 때문에 2주 동안 책 한권 독파를 목표로 단어를 외웠다. 단어를 외우는 방법은 다음 동영상에서 추천한 방법으로 계속해서 복습을 해가며 외웠다.
또한 리딩에서 문제를 자꾸 틀리는 이유가 지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라고 판단하고 독해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리딩 독해 연습을 위해 사용한 책은 "넥서스 영문독해연습 501+" 이다.
이 책에는 다소 난이도가 있는 문장들이 있고 이를 해석할 수 있게 도와주는 문법들이 설명되어 있는데 사실 2주동안 이를 완벽하게 공부하는 것은 불가능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독해 공부를 하고 독해 실력이 갑작스럽게 늘어난 것이 확인되었는데, 이는 이 책의 내용때문이 아니었다. 내 실력이 갑자기 늘어난 이유는, 바로 어려운 문장을 읽기 위해 독해의 속도를 낮춘 것이 독해 실력 향상의 원인이었다.
내 초등학교 3학년때 생활기록부에는 이런 말이 쓰여있었다. "성질이 급한 아이입니다"
이런 성질 덕에 시험 공부를 할 때 시간이 모자라서 문제를 못푸는 경우는 한번도 없었다. 하지만 상위권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속도보다는 정확성이 중요한 데 나는 이것이 부족하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 책으로 어려운 문장을 읽으려 하다보니 정말 단어 하나하나, 문법 하나하나를 분석하면서 천천히 읽어야 했고, 내 급한 성질을 조금 죽여주는 계기가 되었다.
이렇게 천천히 읽으며 독해를 하니 지금까지 내가 공부하면서 쌓아왔던 것들이 조금씩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속도는 매우 느리지만 정확성이 높은 독해력이 생기기 시작했다.
3. 틀린 문제를 정말 꼼꼼하게 분석한다.
이 급한 성질은 문제풀이를 할 때도 튀어나온다. 문제를 풀면 많이 푸는게 중요하고, 진도를 나가는게 중요했다. 하지만 이게 정말 잘못된 방법이라는 것을 슬럼프가 와서야 깨달았다. (이걸 10대때 깨닫고 그때 제대로 공부를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지...)
그래서 이후로는 틀린 문제가 있으면 이걸 다 사진으로 남겨서 오답노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아이패드를 정말 유용하게 사용하였는데, 다음과 같이 지문과 문제를 나란히 두고 해당 문제의 답이 지문에 어디 나왔는지, 왜 오답인지를 정말 꼼꼼하게 분석했다. 문장도 단 한문장도 모르는 문장이 없게끔 천천히, 꼼꼼하게 읽어나갔다.
정말 오래걸렸다. 지문 하나 분석하는데 3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성질이 급하고 효율을 추구하는 나에게 이 과정은 거의 마음 수련에 가까웠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이 오답노트를 한지 4일만에 처음으로 지문 전체를 다 맞은 사건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정말 그 전까지 나는 한 지문에 3-4개를 꾸준히 틀려왔었기에 이는 정말 큰 발전이었다.
이 때의 기분은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이 놀라웠다. 그 사이에 내 뇌에서 무슨일이 있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 후로 나는 꾸준히 한 지문에서 0-2개의 오답만을 내며 7점 이하로 점수가 내려가질 않았다.
아마, 모든 문장을 천천히 정독한 것이 실력 향상의 70%를 차지한 것 같고, 나머지 30%는 문제를 푸는 스킬 (문제의 답이 어떤 문장에 있는지 정확하게! 찾기 + 문제의 보기에 있는 문장을 단어 하나도 빼지 않고 읽기)이 차지한 것 같다.
리스닝도 이와 비슷하게 접근하였고, 역시 실력이 올라갔다. (리딩 만큼 급격하게 오르지는 않은 것 같다. 또한 리스닝은 문제를 미리 읽고 지시문을 들을 때 다음 내용이 뭐가 나올지 예상하면서 듣는 방법을 연습하니 점수가 올랐다.)
4. 결과가 아닌 과정에 집중한다.
조급증의 원인은 '결과'에 집중하여 최대한 효율적으로 빨리 결과를 얻고자 하는 마음에 있었다. 그래서 시험 날짜가 다가오자 나는 공부보다는 모의 시험만 계속 보며 내가 어떤 성적을 가지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영어 시험도 결국은 내 영어 실력을 올려야 나올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한 점이 정말 치명적인 실수였다.
그래서 1번과 2번을 지속하며 마음이 조급해 지면 스스로에게 이렇게 되뇌었다.
"성적에 집중하지 말고, 오늘 내가 뭘 진짜로 배웠는지를 확인하자. 성적이 오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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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법은 나처럼 성격이 급하거나, 노력 강박에 있는 사람들이 사용해 보면 좋은 방법이다. 이 외에 여러 시험들을 공부하는 실용적인 스킬들은 수 많은 블로그와 후기에 있으니 그것을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이렇게 공부를 하고 나는 4월 16일에 시험을 보았다. 사실 중간에 논문 투고하는데 1~2주를 사용한걸 감안하면, 정말 빠르게 성적이 오른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그동안 공부한게 발휘될 수 있는 물꼬를 틀어준 방법이 아니었나 싶다.
4월 16일에 본 시험은 다음과 같은 점수가 나왔다.
스피킹과 라이팅이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gre 시험이 끝나면 더 공부를 해볼 생각이다. 그래도 우선 대부분 학교 지원에 필요한 overall 7은 충족했으니 만족한다.
이번 경험은 스스로에게 정말 큰 성장이 있던 시기였다. 성적이 오른 것은 둘째 치고, 내 성격의 단점을 명확하게 알았고, 공부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과 마음 가짐을 어떻게 가져야 한다는 것을 정확히 알았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공부를 하며 내 본성이 튀어나오려 하면 이 글을 다시 찾아 읽어보려 한다. 그리고 마음을 가라 앉히고 내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 것인지를 되짚어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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