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s://www.yna.co.kr/view/AKR20170806043000002
돈이 많으면 행복할까? 혹은 많은 영화에 등장하는 것 처럼 돈이 많으면 세상이 허무하게 느껴져서 더 우울감을 느낄까? 내가 돈이 많다면 돈이 많은 사람들이 행복한지 아닌지 이미 알고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그 기분을 알 만큼 충분히 부를 경험해 본 사람은 그닥 많지 않다.
익히 알려진 이스털린의 역설에 따르면 사람은 어느정도 수준의 소득을 달성하면 행복도가 더이상 올라가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또 최근 시행된 연구에 따르면 GDP가 높은 국가의 사람들일 수록 행복도는 수직상승하는 결과를 보이기도 한다.
GDP가 올라갈 수록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지는 양상을 띈다
출처: Johannes Haushofer & Ernst Fehr, On the psychology of poverty, science, May 2014
이렇듯 돈과 행복에 대한 의견에는 여러가지 입장이 상충한다. 하지만 어떤 결과를 보더라도 '돈이 없는 것 보단 있는게 낫다'는 것은 공통적인 부분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왜 돈이 너무 많으면 행복하지 않다 라는 이야기가 나올까? 왜 돈이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더 비도덕적인 행동이 더 많이 일어나는 것일까? (실제로 권력이 더 많은 사람들이 비도덕적인 행동을 많이 하게 되는 것은 많은 연구에서 밝혀졌다. 권력이 높으면 성적인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높아지고, 상대방을 인간이 아닌 물건이나 수단으로 보는 현상이 일어난다. 이런 점을 고려 할 떄 돈과 권력이 일치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많으면 비도덕적인 행동이 늘어난 다고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중 한가지 이유를 이야기 해 보자면, '돈이 많아지면 감각이 무뎌진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출처: https://highlysensitiverefuge.com/highly-sensitive-people-problems/
우리는 돈이 많을 때 어떤 만족감, 충분함 등을 느낀다. 마치 먹지 않아도 돈만 보면 배가 부르다거나 혹은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으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이게 된다. 이는 당연히 돈이 있으면 내가 원하는 것을 언제든지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더 안정감을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마음은 그렇게 모든 것을 받아들일 만큼 공간이 충분하진 않다. 우리는 하나를 얻으면 자연스럽게 하나를 버린다. 돈 역시 마찬가지이다. 돈을 통해 만족감을 얻으면 다른 감각은 무뎌진다. 이미 돈을 통해 어떤 충분함을 느꼈기 때문에 우리는 다른 것을 더 받아들일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사람들이 어떤 사건이 생겼을 때 감정을 얼마나 느끼는지가 소득수준에 따라 달라지는지를 조사했다. 감정을 얼마나 잘 느끼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연구자들은 참가자들에게 '당신이 좋아하는 이성친구와 주말에 놀러가면 얼마나 기쁠 것 같습니까?', '등산을 하다가 경이로운 폭포를 보면 얼마나 감동을 받을 것 같습니까?'등의 질문을 주었다.
결론적으로 참가자들은 소득수준이 높을 수록 감정을 잘 느끼지 못했다. 물론 행복도는 또 다른 이야기였다. 소득수준이 높으면 행복도는 덩달아 높아지는 결과를 보였다. 하지만 감정을 느끼는 것에 있어서는 소득수준이 낮은 사람들이 더욱 풍부한 능력을 보였다. 그리고 이는 행복도의 상승으로 까지 이어졌다.
즉 소득 수준이 높은 사람들이 더 행복하기는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 만큼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하는' 등의 문제가 생기기 때문인 것이다.
출처: https://www.foodnetwork.com/recipes/food-network-kitchen/chocolate-covered-strawberries-recipe-1941747
또한 연구자들은 '감정을 잘 느끼는지'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초콜렛을 얼마나 오랫동안 먹는지를 관찰했다. 한 그룹의 참가자들은 돈에 관한 사진을 보고(돈이 있는 사진만 보아도 사람들은 충분함을 느꼈다고 한다..) 다른 그룹의 참가자들은 그냥 일상적인 물건이 있는 사진을 보았다. 이후 그들은 한 조각 정도의 초콜렛을 먹었다.
이 실험 역시 결과는 같았다. 돈이 있는 사진을 본 참가자들은 초콜렛을 더 오래 먹었다. 이는 곧 초콜렛의 단 맛을 더 느끼려고 천천히 먹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는 돈을 보는 것 만으로도 내면의 욕구가 채워져 초콜렛 정도는 그냥 빠르게 삼켜버리게 되는 것이다.
물론 감각을 느끼지 않는 다고 해서 돈이 주는 행복을 모두 없애버린다거나 하는 극단적인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의 만족에는 어느정도 한계가 있고, 한가지 만족을 얻으면 한가지는 포기해야 하는 것이다.
한국이 많이 가난한 시절을 그린 만화 검정고무신을 보면 아이들이 음식을 먹으며 우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음식을 행복하게 먹기 위해 가난한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저 시절을 겪은 어른들이 갖고 있는 어떤 향수는 충분히 납득이 간다. 빵 한쪽, 라면 한 그릇이 갖고 있는 가치는 어쩌면 우리가 매일 먹어치워 버리는 그 이상의 짙은 맛과 행복을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닐까?
출처: Jordi Quoidbach , Elizabeth W. Dunn , K.V. Petrides & Moïra Mikolajczak, Money Giveth, Money Taketh Away: The Dual Effect of Wealth on Happiness, Psychological Science,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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