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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사회적 지위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고, 부자들은 더 부유해 지는 이유 -2

by 윤춘 2018. 9. 27.

출처: https://www.creditcardscanada.ca/education-centre/debt-issues/identifying-debt-warning-signs/


지난 편에서 우리는 가난한 사람들이 빚을 내면 부정적인 결과만 낼 수 밖에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난한 사람들은 빚을 더 많이 낸다. 


물론 가난한 사람들은 돈이 없으니까 빚을 낸다. 하지만 같은 빚이라고 하더라도 그 빚이 그들에게는 더 큰 비극을 몰고 오며, 부자들에게는 그 빚이 오히려 더 큰 돈을 몰고오는 미끼로 작용한다.


 이것이 바로 왜 가난한 사람은 계속해서 가난해 지고, 부자들은 더 부유해지는가에 대한 심리적 이유의 근원이다. 


출처: http://perfscience.com/cgi-sys/suspendedpage.cgi


진화심리학에는 "생애사 이론 (life history theory)"이라는 것이 있다. 이는 동물들의 환경이 어떠하냐에 따라 서로 다른 생애사 전략을 취한다는 이론이다.


즉 쉽게말해 환경이 척박하거나, 먹이사슬의 아래에 있는 동물일 수록 성적 파트너를 많이 두고, 자식을 많이 낳고 위험감수를 많이 하는 등 충동적인 전략을 세우는 것을 이야기 한다. 그들은 애초에 언제 죽을 지 모르기 때문에 당장 현재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먼 미래를 꿈꾸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은 동물들 사이에서도 적용이 되지만, 같은 종족 내에서도 일어나는 전략이다. 즉 가난한 사람들과 부유한 사람들은 자신이 처한 환경에 의해 다른 삶의 전략을 취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이 전략을 나누는 핵심적인 차이는 바로 "현재를 보느냐, 미래를 보느냐"이다. 지금 당장 내일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미래를 위해 현재를 포기하는 일은 불가능한다. 


실제로 이런 시간관은 가난한 사람과 부유한 사람들의 삶의 질을 다르게 만들기도 한다. 미래지향적인 시간관을 가진 사람일 수록 건강하며, 더 많은 교육을 받는다. 또한 더 전문적인 직업을 가질 확률이 높다. 즉 가난한 사람들은 현재의 일을 처리하기에도 급급한 상황이기 때문에 자신의 건강이나 교육등 더 나은 미래를 생각할 상황이 안되는 것이다. 


즉, 가난한 사람들은 같은 빚을 내더라도 미래를 위해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부족한 상황을 채우기에 급급할 수 밖에 없으므로 결과적으로 더 가난해진다. 하지만 부자들은 같은 빚을 가지고 미래를 위해 투자한다. 그리고 그들은 더욱 더 부자가 된다. 


출처: https://www.dw.com/en/deadly-storm-brings-major-disruption-to-germany/a-45613018


최근 아주 큰 허리케인이 미국을 강타했다. 이때 사람들은 모두 피난을 가라는 경고를 받았지만 여전히 집에 남아 피난을 가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다. 많은 이들이 이를 비난했지만 한 심리학자는 "피난가지 않는 이들을 함부로 비난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들은 실제로 대부분 피난을 갈 경비도 충분하지 않은 형편인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당장의 끼니 해결에 급급한 이들은 피해 상황을 잘 전달받지도 못할 뿐더러, 일상의 많은 일에 허덕이다 보면 언제 올지 모르는 재난에 대비할 여력이 없기도 하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여러가지 이유들이 있지만, 가난한 사람들이 미래의 재난에 대비하지 못한다는 것은 알 수 있다. 


우리는 이렇게나 환경에 취약한 동물이다.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고, 또 어떤 행동을 하는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따라오기 마련이다. 그리고 대부분 그 이유는 지금 겪고 있는 상황을 가장 손쉽게 극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다가온다. 마치 돈이 없으면 당장의 돈을 메꿀 수 있게 해주는 '대출'이 눈에 쉽게 들어오는 것 처럼 말이다. 


이제까지 우리는 이 상황을 '부유한 사람들이 가난한 사람들을 착취하고 있다'는 구조적인 틀로만 바라봤다. 하지만 실제로 그러한 구조적인 문제만 이야기하며 우리가 내면에 갖고 있는 심리적인 문제는 외면하고 있던 것은 아닐까? 가난한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가난할 수 밖에 없는 마음가짐을 가졌다는 말이 아니다. 그냥 그 허덕임 속에는 "사회적 구조"가 미처 훑어 보지 못한 사람들의 내면이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사실상 가난의 가장 무서운 점은 바로 "심리적 가난"임에도 불구하고말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앞으로도 더 가난해 질까? 앞에서 설명한 이론에 따르면 대답은 "그렇다" 가 될 것이다. 단순히 희망찬 해결책을 제시하며 당신들도 가능성이 있다, 희망을 가져라 라고 할 문제가 더이상 아니다. 하지만 이것만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물질적 가난은 모르겠으나, 심리적 가난은 그래도 조금은 가능성이 있다고. 물론 당장 내일의 식사를 걱정해야 한다면 물질적 가난을 먼저 해결해야 겠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우리는 충분히 심리적으로 풍족해 질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어짜피 삶은 상대적인 것이 아니라 절대적인 것이다. 아무리 남과 비교해도 우리는 남이 될 수 없다. 그저 '나'로서 혼자 살아가는 것이다. 


하루에 아주 조금의 시간 만이라도 미래를 위해, 혹은 나 자신의 가치를 위해 투자해보면 어떨까? 그것의 결과가 어떻든 우리는 미래를 위해 향하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 그 이상의 것을 얻을 수 있다. 


나는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이 만큼 정직한 투자가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출처: 

https://www.vox.com/science-and-health/2017/8/25/16202296/hurricane-florence-2018-evacuation-psychology

Lori C. Guthrie Stephen C. Butler Michael M. Ward (2009), Time Perspective and Socioeconomic Status:  A Link To Socioeconomic Disparities in Heal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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