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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사회적 지위

어떤 사람이 권력을 가질까?

by 윤춘 2018. 7. 19.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에는 사실 사람은 권력에 의해 움직이는 동물이라는 사실이 담겨 있다. 타인과 같이 생활하는 동물은 필연적으로 서열을 나누고 권력을 분배한다. 먹이를 얻기 위해서든, 하다못해 어떤 친목 모임을 갖기 위해서든 의사결정에 영향력이 있는 사람은 언제나 존재한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사람이 이 "권력" 혹은 "높은 서열"을 갖게 될까? 이는 성격적(개인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환경적 요인이라 함은 흔히 말하는 흙수저 금수저의 논리다. 자라난 환경 자체가 자원이 부족하여 남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면 그 사람은 저절로 낮은 권력의 몸짓을 습득한다. 이것이 권력의 환경적 요인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환경적으로 부족할지라도 권력적인 자질을 타고나기도 한다. 이것이 바로 개인적 요소다. 그리고 이 개인적 요소는 크게 "성격적 요소"와 "외모적 요소"로 나눌 수 있다. 정신적으로 어떤 에너지를 갖고 있고, 특히 다른 사람에 비해 어떤 에너지가 많은지에 따라 우리의 성격은 결정된다. 그리고 신체적으로 건강한, 혹은 남들이 보기에 꽤 괜찮은 외모 역시 우리가 가진 하나의 자원이 된다.



현재 심리학에서 제일 많이 쓰이는 성격 측정 도구는 "성격 5요인"이다. BIG 5 성격 요인이라고도 불리우는 이 특질은 각각 외향성, 신경성, 개방성, 성실성, 친화성으로 나뉜다. 이 중 과연 어떤 특질이 권력과 가장 크게 연관이 있을까? 그리고 어떤 특질이 권력을 낮추는 요인이 될까?



신체적 요인으로 보자면 외모가 출중할 수록 권력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외모가 출중한 것은 한편으로는 그사람의 능력보다는 신체적 매력, 이성적 매력에 집중하게 만든다. 일례로 성적 대상화를 당한 여성은 더 업무 능력이 낮을 것으로 치부되고, 사람이 신체를 돋보이는 포즈를 취할 경우 그 사람은 이성적이지 않고 감정적인 사람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궁금증을 가지고 연구자들은 한 대학의 동아리에 설문조사를 했다. 특이한 점은 연구자들은 이 권력의 특징들이 성별에 따라 다를지도 살펴보았다.



연구자들은 여학생이 있는 동아리, 남학생이 있는 동아리, 그리고 여성과 남성이 같이 생활하는 기숙사에 각각 설문지를 돌렸다. 그리고 결과는 남학생의 경우는 우리가 예상하는 대로 나왔지만 여학생의 경우는 예상과는 조금 다르게 나왔다.



남학생의 경우는 외향적인 학생일수록 권력이 높았다. 그리고 신경증(예민한)적인 성격이 높을 수록 권력이 낮은 현상도 보였다. 특히 남학생의 경우는 외모가 출중한 학생일 경우 권력도 높았는데 이는 외모가 여성에게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현상과는 조금 다른 맥락으로 남학생의 외모는 실질적인 "권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여학생은 달랐다. 오직 외향성만 권력과 관계가 있었으며 신경증적인 성격은 전혀 관계가 없었다. 그리고 외모의 경우도 외모가 출중하다고 하여 권력이 높아지는 일도 없었다. 이러한 결과는 여성과 남성이 혼성으로 있는 기숙사에서도 같은 결과가 도출됐다.



이는 과연 여학생이 권력을 별로 신경쓰지 않아서 나타나는 현상일까? 그것은 아니다. 물론 남학생과 여학생은 그룹에서 서열을 정하는 시기가 조금 달랐다. 남학생은 학기가 시작한 뒤 몇 주 뒤부터 바로 서열이 공고하게 굳어졌지만 여학생의 경우는 남학생들 보다는 조금 늦게 서열이 정해졌다. 즉 초반에는 서로를 탐색하는 기간이 남학생보다 길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연구자들은 오히려 "여성은 권력을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는 통념을 꺠준다고 말한다. 여성도 남성과 같이 권력과 서열에 대해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 남학생들이 외모로 권력을 정하는 데에는 남성들은 연애 경험 역시 능력으로 치부하기 때문일 것이다. 동물적으로 본다면 여성에게 선택되지 않은 남성은 번식에서 탈락되므로, 이 역시 그들의 능력 요소 중 하나로 여겨지는 것이다. 하지만 여성의 경우는 사회적으로 외모가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번식의 주체이기 때문에 연애가 능력의 여부를 가르지는 못한다. 이러한 차이때문에 외모가 권력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게 나타나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연구 결과대로라면 지극히 내성적인 나는 권력과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접하는 사회가 다양해 질 수록 이러한 "서열"의 개념은 점차 희미해 짐을 느낀다. 혹은 권력이나 서열보다는 다른 요소가 삶에 있어서 더 중요해 지는 것도 같다. 물론 나 자신을 지키고 내가 원하는 것을 쟁취해 내는 능력을 가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한때는 나도 외향적인 사람인 척, 무던한 사람인 척 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점점 긴 시간을 '나'와 보내다 보니 중요한 것은 당장 내 눈앞에 있는 사람보다 내가 서열이 높은 사람인지를 따지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아마 100년의 인생을 사는 우리에게 찰나의 권력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가진 정신적, 신체적 자원과 삶의 방향이 일치하는지를 판단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닐까. 그러니 연구 결과를 보고 너무 낙담하거나, 슬퍼하지는 않길 바란다. 이것도 수천, 수만가지의 연구 중 단 하나일 뿐이니까 말이다.




참고 문헌: Anderson, Cameron,John, Oliver P.,Keltner, Dacher,Kring, Ann M. (2001). Who attains social status? Effects of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Vol 81(1), Jul 2001, 116-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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