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s://www.nf2is.org/nerves_eye.php
눈알을 움직이는 안구 운동을 하면 트라우마가 치료된다고 한다. 안구운동 민감소실 및 재처리 요법(EMDR)이라고 불리우는 이 치료방법은 꽤나 오래전(1989)에 발견된 기법으로 트라우마를 떠올리며 눈알을 양옆으로 움직이면 그 기억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감소된다고 한다.
처음 이 이론을 듣는 사람들은 모두들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눈알을 양옆으로 움직이면 트라우마가 감소된다니. 너무 뜬금없는 이야기가 아닌가?
심지어 이 이론은 효과만 알려져 있을 뿐 그 이론적 근거는 발견되지 않아 더욱 학자들의 의구심을 키웠다.
이 심리치료기법은 우리가 잠을 잘 때 눈을 움직이는 과정과도 비슷한 절차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우리가 REM 수면이라고 부르는 수면 패턴은 Rapid Eye Movement Sleep 의 약자로, 빠른 눈 움직임을 하는 수면 상태를 가리킨다.
우리가 잠을 자는 도중 급격하게 빠르게 눈을 움직이는 현상을 보이는데, 이때 우리는 꿈을 꾸고, 낮 동안의 기억을 재구성 한다고 한다. 이런 현상을 보아도 아마 눈을 움직이는 것과, 우리의 정신 활동 사이에 어떠한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는 추측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출처: https://www.wgnsradio.com/what-is-post-traumatic-stress-disorder-a-better-understanding--cms-33269
그런데 최근 한국의 연구진들이 이 치료기법의 효과와 뇌 경로를 밝혀 화제가 되고 있다. <Neural circuits underlying a psycho therapeutic regimen for fear disorders>라는 제목으로 2019년도 2월 세계적으로 저명한 학술지 네이처에 실린 이 연구는 지금까지 밝히지 못했던 과학적 원리를 밝혀내 주목을 받았다.
이 연구는 쥐를 통한 실험으로 이루어 졌다. 실험용 쥐에게 특정 소리(삐이-)와 전기자극을 지속적으로 동시에 가해 쥐가 소리만 들어도 스트레스를 받게끔 만들고 난 뒤 쥐에게 안구 운동을 시켜 본 것이다.
이 때 어떤 쥐들은 소리를 들려주는 동시에 안구 운동을 시키고, 어떤 쥐들은 소리를 들려준 뒤, 안구 운동을 순차적으로 시키는 식으로 실험을 하였다. 실험 결과는 소리를 들려주는 동시에 안구 운동을 한 쥐만 스트레스가 대폭 감소하였다고 한다.
또한 연구진은 이러한 효과가 발생하게 되는 뇌 경로도 발견했다. 바로 눈이 시각적으로 자극되면 공포기억을 관할하는 중앙내측시상핵과 편도체라는 뇌 구역의 신경 세포를 자극하는 것이다.
사실 뇌신경의 많은 비율이 시신경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눈을 통해 심리적 효과를 내게 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로 보인다.
지금까지 이 치료기법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많은 사람들이 '조금은 웃기고 터무니 없는' 방법 같다고 이야기 했다. 트라우마를 만든 원인을 해결한다던지 하는 그럴싸한 방법이 아닌, 전혀 뜬금없는 눈알 굴리기라니. 우리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방식의 치료가 아닌가?
하지만 때로는 이렇게 그냥 과거의 기억을 물리적으로 단절시키고 지워버리는 방법도 효과적으로 우리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방법이라는 점을 받아들인다면 그렇게 터무니 없지만은 않은 방법으로 인식될 수 있을 것이다.
오히려 어떤 생물학적인 반응을 내는 약물을 섭취하거나, 수술을 하는 것도 아닌 단순한 눈 움직이기 일 뿐이지 않은가.
그러니 혹시라도 트라우마를 주는 기억이 있다면 인터넷을 통해 방법을 찾아보고 집에서 시범삼아 눈을 움직이며 자가치료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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