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생각은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한다. 그리고, 심지어는 현재 기분이 어떠한 지에 따라서도 역시 생각은 변한다.
만약 이렇게 시도때도 없이 생각이 변화한다면, 과연 우리가 갖고 있는 '진짜' 생각이나 마음 같은 것이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비록 생각이라는 것이 상황에 따라 이렇게 저렇게 변화하는 것이라지만, 우리는 가끔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오는 어떤 본심을 마주할때가 있다. 혹은 내가 너무 힘들어서 어떤 생각을 컨트롤할 기운 조차 없을 때 마구자비로 나오는 그런 생각 말이다.
아마도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갖고 있는 어떤 생각이 있지만, 상황에 따라서 그것을 다르게 꺼내어 가며 세상에 자신을 맞추어 살아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우리를 이런 무의식적인 생각에 따라 행동하게 만드는 상태가 있다고 한다. 바로 '기분이 좋을 때'이다.
우리는 기분이 안좋을 때, 주로 사물을 더 분석적으로 판단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절망은 나의 힘: https://playapsychology.tistory.com/11?category=293162 참조)
절망은 나의 힘
출처: https://snowplowanalytics.com/blog/2016/11/15/snowplow-r85-metamorphosis-released-with-beta-apache-kafka-support/ “<변신>에 대한 혐오, 도저히 말이 안되는 결말, 더 이상 바닥일 수 없을 정도로..
playapsychology.tistory.com
이를 반대로 말하면, 기분이 좋을 때 우리는 세상을 분석적으로 보기보다는, 더 확장된 사고 안에서 바라보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실제로 우리는 긍정적인 기분일 때 더 창의적으로 변화한다고 한다. 즉 기분에 따라 우리의 인지적인 과정도 달라 지는 것이다.
그리고 한 연구에서는, 이 '기분'의 효과를 고정관념에 적용시켜보았다. 고정관념이라는 것은 주로 우리가 어떤 집단 구성원에게 어떤 특징이 있을 것이라고 믿는 생각을 이야기한다. 이 고정관념은 실제로 우리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도 사회에서 너무 만연하게 퍼져 있는 생각이고, 또한 집단간의 이익 다툼의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사고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이에 우리는 여성은 감정적일 것이다, 흑인은 폭력적일 것이다, 아시안은 수학을 잘 할 것이다 등의 생각을 무의식중에 갖게된다.
그렇다면, 기분의 효과를 고정관념에 대입시켜보면 어떠할까? 기분이 안좋으면 우리는 상대 집단을 더 비난하고 싶어져서 고정관념을 더 대입시킬까?
물론 그러한 효과도 존재하겠지만, 연구에서 밝힌 바로는 사람들은 부정적인 기분일 때보다 긍정적인 기분일 때 더 타인을 '고정관념적으로' 바라본다고 한다. 바로 긍정적인 기분이 들 때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을 분석해서 통제하는 능력이 떨어지게 되고, 더 접근하기 쉬운 생각에 의존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우리는 기분이 좋을 때, 본인의 생각을 더 점검하지 않고 그냥 쉽게 떠오르는 고정관념으로 타인을 판단하게 된다.
하지만, 또 반대로 평소에 고정관념적인 생각을 하지 않으려는 사람이면 어떻게 될까? 고정관념적인 생각은 정말 깊은 곳의 무의식이고, 고정관념을 안가지려 하는 노력은 그냥 노력에 불과한 것일까? 그렇다면 이런 사람들은 긍정적인 기분이 들 때 본인의 무의식적인 고정관념을 다시 드러내게 될까?
다행히도, 연구에서는 평소에 고정관념을 가지지 않으려는 사람은 기분이 좋을 때일 수록 더 고정관념을 가지지 않는 것으로 나왔다. 즉 평소에 고정관념을 가지지 않는 사람들은 억지로 노력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실제로 다른 사람들 보다 고정관념을 덜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기분에 따라서 우리의 생각이 그렇게 다이나믹하게 변화하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기분 외에도 다른 여러가지 상황이 또 우리의 생각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우리의 생각은 여러가지 요인에 의해서 달라진다. 이를 반대로 말하면 이는 우리는 상황에 자신을 맡겨놓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것을 이용해서 우리의 생각이나 행동을 바꿀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의 의지나 생각 자체를 바꾸어서 무언가를 하기 보다는 오히려 그 생각을 만드는 상황이 무엇일지를 한번 돌아보고, 그 상황을 바꿔보면 생각보다 문제는 쉽게 풀릴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고정관념을 줄이기 위해서 기분을 안좋게 만든다거나 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으나, 우리가 창의적인 과제를 해야 할 때 생각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면 억지로 쥐어 짜내기 보다는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는 공간에 가서 아이디어를 생각해 본다던지 하는 전략 정도는 짜 볼 수 있지 않을까?
출처: Jeffrey R. Huntsinger, Stacey Sinclair, Elizabeth Dunn, and Gerald L. Clore, Affective Regulation of Stereotype Activation: It’s the (Accessible) Thought That Counts,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2010
'심리학 > 생각과 인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양과 서양] '난 못났어' vs '니가 뭔데 날 판단해?' (0) | 2019.06.08 |
---|---|
눈알을 움직이면 트라우마가 없어진다? (0) | 2019.02.20 |
오늘 밤은 어둠이 무서워요? - 흰 피부를 향한 동경과 인종 차별 (0) | 2018.11.02 |
나는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안해서 점수가 안나와 (0) | 2018.08.08 |
영희는 영희처럼 생기고, 철수는 철수처럼 생겼다? <이름과 외모의 상관관계> (0) | 2018.07.2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