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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마음과 감정

[자존감] 내가 정말 의지할 수 있었을 것 같은 상대방이 어느 순간 악마로 보인다면

by 윤춘 2019. 5. 20.

출처: https://m.gettyimagesbank.com/view/%ED%95%9C%EA%B5%AD%EC%9D%B8-%EB%85%B8%EC%9D%B8-%EB%B6%80%EB%B6%80-%EB%85%B8%EC%9D%B8%EC%BB%A4%ED%94%8C-%EC%9D%B4%EC%84%B1%EC%BB%A4%ED%94%8C-%EC%9D%B8%EC%82%AC-%EC%A0%9C%EC%8A%A4%EC%B2%98-%EC%9B%A8%EC%9D%B4%EB%B9%99-%EC%A0%9C%EC%8A%A4%EC%B2%98-%EC%98%81%EC%83%81%ED%86%B5%ED%99%94-%EB%AF%B8%EC%86%8C/jv11122460

 

"결혼 전에는 상대방의 이런 점이 좋아서 결혼했는데, 결혼하고 나서 보니 이게 단점이 될지 누가 알았겠어요"

 

결혼을 하고 몇 년이 지난 부부에게서 흔하게 들을 수 있는 말이다. 결혼하기 전에는 장점으로 보였던 부분이 결혼을 하고 나면 단점이 되고, 결혼 전에는 단점이었던 부분이 결혼 후에는 장점이 된다. 나를 섬세하게 챙겨줬던 부분이 좋아서 결혼했지만 섬세한 만큼 예민함이 큰 사람이었다던지, 열정적으로 일하는 모습이 좋아 보였지만 결혼을 하고 보니 일을 너무 열심히 해서 문제가 된다던지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런 인간의 양면성이 있기 때문에 사람은 누구도 완벽하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서 이런 인간의 양면성을 받아들이고, 조금 다툼이 있을 지라도 문제를 조금씩 해결해 나가면서 관계를 유지해 나간다. 그것이 바로 상대방을 이해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대방의 그런 모든 면을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그 복잡한 '사람 문제'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출처: https://www.idiva.com/relationships-love/love-stories/heres-why-fighting-with-your-partner-is-good-for-your-relationship/16091438

 

하지만 이런 인간의 양면성을 특히나 받아들이기 힘들어지는 상황이 있다.

 

바로 상대방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했을 때이다. 상대방과 있으면 내 인생이 바뀔 것 같고, 내 모든 걸 의지해도 괜찮을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 비극은 시작된다. 

 

특히 이런 관점은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에게서 자주 나타난다. 주위로부터 안정적인 사랑을 받지 못했다거나 하는 이유로 자존감이 많이 낮아진 상태의 사람들은 처음 관계를 시작할 때 상대방에게 굉장히 큰 기대를 하게 된다. 이 사람이 날 구원해 주지 않을까? 혹은 이 사람과 있으면 내가 안정된 사랑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말이다. (그래서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주로 사랑에 쉽게 빠진다고 한다. 소위 말하는 '금사빠'의 성향을 갖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모두들 알다시피 세상에 나를 구원해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구원은 셀프다. 몇십 년간 생판 남으로 살아온 사람이 어떻게 내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애처롭게도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는 사람들은 남에게서 확신을 구하게 된다. 그리고 어떤 안개와 같은 환상 속에서 상대방을 바라보고, 사랑에 빠진다. 

 

출처: http://www.quotesplant.com/best-after-breakup-quotes/

 

뭐, 이런 환상이 평생동안 지속된다면 사실 관계에 있어서 어떤 문제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서로 환상 속의 그대를 쫒으며 행복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이 환상이 그닥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존감이 낮아진 사람들은 상대방에게 쉽게 환상을 갖게 되지만 반대로 조금만 상대방이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인다면.. 바로 모든 것을 등지고 돌아선다. 상대방이 천사에서 단숨에 악마로 변해버리는 것이다.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상대방의 단점을 알게 돼도 상대방의 장점을 빠르게 떠올리며 '복합적인 인간상'을 머릿속에 저장해 두고, 이 사람과의 관계를 지속할 수 있을지 고민을 시작할 것이다. 하지만 자존감이 낮아진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상대방에 대한 복합적인 인간상을 설정하기도 전에 이미 자신이 받을 상처가 너무 클 것에 대비해 미리 관계를 끊어버리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보통의 사람들에 비해 연인 관계에서 미리 이별을 자주 고하는 특성을 가진다고 한다. 우리는 흔히 '차였다'라고 말하면 뭔가 게임에서 진 느낌, 혹은 부족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떠올리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찬 사람은 물론 이유가 있어서 상대방에게 이별을 고했을 수도 있지만, 언제나 차기만 한 사람은 내면에 어떤 공포나 불안이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출처: https://1boon.kakao.com/textat/type

 

또한 이런 냉정한 관계 패턴, 어디서 많이 본 유형이지 않은가? 바로 회피형이라는 애착 유형이다. 회피형은 조금만 관계가 틀어질 것 같은 모습을 보이면 '동굴로 들어가'버리고 문제를 회피해 버리는 애착 유형으로 알려져 있다. 이 유형은 어렸을 때 부모와의 애착관계가 정상적으로 일어나지 않아 성인기까지 이러한 관계 패턴이 유지되는 데, 특히 연인 관계에서 이러한 회피형을 만나면 상대방은 많이 힘들어진다. 

 

아마도 이런 회피형 애착 유형 역시 자존감의 부족에서 일어났을 확률이 높다. 자신에 대한 확신이 있는 사람들은 상대방이 단점을 보여주고, 설사 그 사람이 날 떠난다고 하더라도 크게 상처를 입지 않는다. 하지만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또 나를 떠나네'라는 생각을 하며 이미 반복된 상처로 곪아 버린 자신의 내면에 더 큰 공격이 들어올까 노심초사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을 보호하려는 그 마음에서, 상대방을 빠르게 쳐내고 자신만의 동굴 속으로 들어가곤 한다. 

 

이렇게 보면 사람들에게 '자존감'이란 그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처럼 보이기도 한다. 한참 자존감에 대한 열풍이 휩쓸고 이제는 자존감이 너무 높은 사람에게 벌어지는 문제도 점점 거론되고 있는 시점이지만, 자존감의 중요성은 사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내가 나를 어떻게 지지하는가, 내가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가는 우리가 세상으로 나아갈 때 무엇보다 중요한 버팀목이 된다. 내가 나를 존중하고 배려하지 않는다면 어떤 관계도, 어떤 일도 우리는 제대로 해낼 수가 없다. 

 

그렇다면 이제 자존감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라는 질문이 나올 것이다. 단순히 '오늘 수고했어' '난 대단해'라고 칭찬을 해서 자존감이 높아질 수 있을까? 그렇게 단순한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실제로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서 이런 방법을 사용하며 일기를 쓴 사람들의 대부분은 오랫동안 이를 지속하지 못한다. 그러니 진짜 자존감을 높이는 것은 이런 칭찬하기 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마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에 대해서는 많은 서적과 논문이 출판되어 있을 것이다. 지금 이것을 다 정리하기에는 너무 긴 글이 될 듯싶다. 다음에는 이것들을 정리하여 어떻게 하면 진짜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지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 같다. 

 

우선은 우리가 먼저 알아야 할 것은 '내가 자존감이 높은지 낮은지'를 아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연인이나 친구관계를 가질 때 너무 많은 싸움을 하거나, 혹은 아예 싸움을 하지 않고 그냥 관계를 끊어버리는 패턴을 가지고 있었다면 이런 자존감의 문제를 되짚어 볼 면 좋을 것이다.

당신의 연인은 천사인가 악마인가? 아마 둘 중 무엇도 아닌 그냥 '사람'일 것이다. 

 

 

*물론 상대방이 객관적으로 나쁜 사람이라면 절대로 그 관계를 유지해서는 안된다. 이 글을 보고 혹시라도 '상대방은 그럼 문제가 없고 모든것은 내 문제였구나'라고 생각하게 될 수 있다. 하지만 내 문제와 동시에 상대방에게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잊지 않았으면 한다. 

 

참고 문헌: Steven M. Graham, Margaret S. Clark, Self- Esteem and Organization of Valenced Information About Others: The “Jekyll and Hyde”-ing of Relationship Partner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2006, Vol. 90, No. 4, 652–6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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