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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한 이야기/몸과 마음

음식을 오래오래 꼭꼭 씹어먹는 방법을 알려 드립니다

by 윤춘 2021. 5. 19.

요즘은 음식을 오래 씹고 삼키는 연습을 하는 중입니다.

 

음식에 대한 고민은 오래전부터 있어왔는데, 빠르게 많은 양을 먹어 더부룩한 상태가 지속되는 식습관을 어떻게 하면 고칠 수 있을까 했습니다. 

 

그러던 와중 명상을 접하고, 여러가지 감각을 깨우기 시작하면서 음식을 먹는 것에 대한 태도도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음식을 먹는 분위기를 즐겨보자고 하여 밥을 먹으며 라디오나 tv를 켜놓지 않기로 다짐했죠. 이렇게 분위기를 느끼면서 먹으니 배부르다는 느낌과 함께 어느 정도 배가 차면 숟가락을 놓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습관도 오래 지속되진 못했고, 한 두 달이 지나자 원래의 습관으로 돌아오려는 기미가 보였습니다. 

 

마인드풀 이팅

그리고 얼마전, 식습관에 대해 검색을 하다 유투버 마인드풀님의 <마인드풀 이팅>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밥을 먹으며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가에 대한 영상인데, 이것 역시 명상의 일부분이더군요. 

 

우선은 30번을 꼭꼭 씹어먹는 연습부터 해야겠다 다짐하고 씹는 횟수를 세면서 먹어보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저에게는 예전부터 굉장히 싫어하던 느낌이 있었는데, 바로 입 안에 무언가를 오래 넣어두는 것이었습니다. 

오래오래 씹으면 죽처럼 변하는 음식물이 너무 더럽게 느껴졌고, 사실 양치를 할 때도 양치물이 입안에 있는 것을 굉장히 싫어하긴 합니다. 

(살인의 추억에서 가장 싫어하는 장면이 맨 처음에 송강호가 양치를 하는 장면일 정도)

 

그래도 30번은 씹어보자 다짐한 것이니, 조금씩 연습을 해봅니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 그런가요. 씹을수록 맛이 느껴집니다. 맛을 느끼기 위해 더 오래 씹어보고 싶습니다. 

 

아니 아까는 씹은 음식물이 더럽다면서! 

이제부터 제가 이 더러운 느낌을 없앤 방법을 전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허무하게도, 음식을 오래 씹는 방법은 그냥 음식의 <맛>에 초점을 두는 것입니다.

 

신기하게도 맛에 집중을 하니 씹은 음식물의 질감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듭니다. 그리고 <맛이 있는> 음식과 <맛이 없는> 음식이 구별됩니다. 

 

그럼 그 전에는 어떻게 했냐. <미각>이 아니라, 엉뚱한 <촉각>에 집중을 했던 것입니다. 음식이 주는 감각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중 저는 미각이 아니라 죽처럼 변해버린 음식의 촉각에 온 신경을 곤두 세웠었죠. 

 

왜? 기분이 안 좋으니까요!

 

자, 그렇다면 왜 저는 음식의 맛에 집중을 하지 못하고 질감에만 초점을 두었을까요?

 

그 이유는 바로 제가 저의 모든 감각에 집중을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오로지 저의 감각에 집중하면서 밥을 먹지 못하고, 무언가 <타인>의 음식물을 넣는 것처럼 밥을 먹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타인의 이물질은 당연히 더럽습니다. 하지만 제 몸안에 있는 이물질은 몸 밖으로 나오기 전까지는 그냥 제 몸의 한 부분일 뿐입니다. 다만, 몸 밖으로 나온 이상 그 이물질은 내 것 인 듯 내 것 아닌 듯 그 중간의 무언가가 되죠. 아마 입안의 음식물 역시, 음식을 제 몸에 넣는 것이 아니라, 그냥 밖에서 들어오는 무언가의 이물질 중 하나로 생각했나 봅니다. 그래서 나한테 뭔가 느껴지긴 하는데, 그걸 충분히 느끼지 않으니, 뭔가 남의 이물질을 먹는 것과 같은 기분이 들어, 맛은 있지만 동시에 그것이 '더럽다'라고 생각을 했던 것입니다.

 

결국 문제는 내 몸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내 몸에 집중을 하면, 입 안에 들어온 음식물은 결국 몸의 감각을 끌어올리는 도구가 됩니다. 더 이상 입 안에 있는 음식물이 타인의 이물질처럼 느껴지지 않습니다. 오래오래 씹은 질감이 마치 음식물 쓰레기처럼 느껴지는 게 아니라, 영양분을 공급해주는, 내 혀로 하여금 어떤 '맛'을 느끼게 하는 풍미로 변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느낄 수 있을 때, 진짜 맛있는 음식과 맛이 없는 음식이 구분됩니다. 내 몸에 좋은 음식과 좋지 않은 음식이 피부로 느껴집니다. 

 

버섯은 씹을수록 풍미가 올라옵니다. 파프리카는 아무리 씹어도 상쾌합니다. 밥은 씹을 수록 고소합니다. 

 

첫맛은 굉장히 맛있지만 씹을수록 맛이 없는 음식이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음식이 고기입니다. 고기는 씹을수록 질감이 별로입니다. 특히 큰 마음 먹고 산 안심살은 고기계의 브로콜리 같은 느낌에 입 안의 기분을 망칩니다. 처음 씹을 때의 육즙은 먹을수록 풍미가 줄어듭니다. 그리고 양념이 많이 들어간 음식 역시, 오래 씹을 수가 없습니다. 씹을수록 입 안이 자극되어 신경이 곤두섭니다. 이렇게 되면 맛을 느낄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음식에 대한 저의 태도는 조금씩 조금씩 변화하고 있습니다.

 

아, 이 습관은 얼마나 갈까요? 다만 제가 세수를 할 때 정확히 25번을 헹구는 습관을 15년 정도 유지하고 있는데, 이 정도는 유지가 되길 바랄 뿐입니다. 그리고 또 예전으로 퇴행을 하려고 하면 이 글을 다시 찾아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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