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s://snowplowanalytics.com/blog/2016/11/15/snowplow-r85-metamorphosis-released-with-beta-apache-kafka-support/
“<변신>에 대한 혐오, 도저히 말이 안되는 결말, 더 이상 바닥일 수 없을 정도로 형편없다. 당시, 출장이 끼어들었기 때문이다. 훨씬 더 잘 쓸 수 있었을 텐데..”
아침에 눈을 뜨니 자신이 벌레로 변해 있었다는 내용의 소설 <변신>의 작가 카프카는 본인의 소설에 대해 이렇게나 비관적인 태도를 보였다. 어떻게 보면 자신의 작품에 절대 만족하지 못하는 한 천재의 겸손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카프카의 일생을 살펴보면 이러한 태도가 단순한 겸손의 표현은 아님을 알 수 있다.
그의 아버지는 병약하고 감성적인 카프카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고, 폭언과 폭력을 일삼으며 평생 동안 그를 괴롭혔다고 한다. 타고나길 감수성이 풍부하고 연약하게 태어난 카프카는 이러한 가정환경 밑에서 점점 불안과 우울에 사로잡힌 아이로 자라나게 된다.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일은 내게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미래를 생각하고 걸려 넘어지는 일이라면 가능합니다.
제일 잘 할 수 있는 것은 넘어진 채 그대로 있는 것입니다.”
-<절망은 나의 힘>
그리고 이러한 비극적인 삶을 그대로 반영하기라도 하듯 카프카는 불안한 인간의 모습을 소설에 여과없이 그려내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아직까지 많은 독자들은 인간의 어두운 면을 가감없이 표현해 내는 특유의 기묘한 분위기에서 그의 작품에 매력을 느낀다고 이야기 한다.
실제로 우리는 원하지 않더라도 인생의 많은 부분에서 불안과 우울을 견뎌내며 살아간다. 어떤 사람들은 선천적으로 그러한 부정적 기질을 타고 나기도 한다. 현대 정신병리학에서는 이에 ‘우울증’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치료해야 하는 병적인 것으로 정의하기도 한다.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기분’이 주는 영향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해 왔다. 많은 연구에서는 긍정적 기분과 그 장점에 주목하거나, 우울이나 불안 등의 부정적 감정에 대해서는 이것이 얼마나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는가에 중점을 두었다. 그러나, 몇몇 연구들은 부정적인 기분이 우리를 한 층 더 성숙하게 만들어 준다고 말한다.
실제로 사람은 긍정적인 기분보다 부정적인 기분을 느낄 때 세상을 더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며 바라보게 된다(Soldat & Sinclair, 2001). 이런 사고방식의 차이 때문에, 부정적인 기분을 느끼는 사람은 타인이 더 이해하기 쉬운, 즉 소통이 잘 되는 의사전달 방식을 사용하게 된다(Forgas, 2002).
University of New South Wales의 Joseph P.Forgas가 진행한 연구는 사람들이 부정적인 기분일 때 더 설득력 있고 영향력 있는 메시지를 만들어 낸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참가자들에게 암과 죽음에 관련된 비디오, 혹은 반대로 재미있는 코미디 영상을 보여주어 부정적 혹은 긍정적 기분을 느끼게 했다. 이후 참가자들에게 학생 세금 제도나 호주 원주민의 토지소유권 문제에 대해 논리적인 글을 작성하게 했다. 그리고 훈련된 평가자들로 하여금 이 글이 얼마나 설득력 있는지를 글의 질과 구체성의 측면에서 판단하게 했다. 결과는 암과 죽음의 영상을 본 사람들의 글이 코미디 영상을 본 사람들의 글보다 두 측면 모두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런 결과는 기분을 주입하는 방식을 영상이 아닌 자전적으로 부정적 혹은 긍정적 기억을 회상하는 식으로 바꾸거나, 글의 주제와 찬반 입장을 통제하고, 글을 평가자가 아닌 다수의 중립적인 학생들에게 읽어보게 했을 때도 일관적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부정적인 기분에 노출된 참가자들은 보상이 높을 때 오히려 설득력이 줄어들었고, 보상이 적을 때 가장 설득력 있는 글을 작성했다.
부정적인 기분이 이러한 현상을 만들어 내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부정적인 기분을 표출하기 위해 세상을 더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남들이 보지 못하는 면을 바라보게 될 수도 있고, 혹은 부정적인 기분이 들었을 때 소위 ‘신경이 날카로워져서’ 모든 것을 하나하나 분석하게 되는 것일 수도 있다.
이러한 부정의 효과는 그토록 외면하고 극복하고 싶던 우리의 나약한 면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어쩌면 우리가 때때로 너무나 불안하고, 화가 나고, 혹은 절망감이 드는 것은 사실 일상에서그냥 지나쳐왔던 어떤 신호들을 한 번만 더 짚어보라며 스스로에게 마지막 부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마 카프카는 이러한 ‘부정의 힘’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그는 자신의 불안과 우울을 부정하거나 극복하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이 자신의 “거대한 힘”이라며 어떤 종교도 구원하지 못한 자신을 다시 시작하게 해준 힘이라고 말한다. 이후 그의 비극적인 삶을 보상하기라도 하듯이, 현재 그는 당시 암울했던 유럽의 상황과 더불어 인간의 본질적인 불안을 가장 잘 그려낸 소설가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나는 나의 시대의 부정적인 면을 묵묵히 파내며 일구어 왔다.
지금의 시대는 나와 무척 가깝다.
나는 현대의 부정적인 면을 발굴하여 내 것으로 삼았으며,
긍정적인 것은 눈곱만치도 내 것으로 삼지 않았다.
부정적인 것도, 긍정적인 것도 종이 한 장처럼 깊이가 없는 것들은 내 것이 아니다.
어떠한 종교도 나를 구원하지 못했다.
나는 종말이다. 또한 시작이다.”
*글의 제목은 프란츠 카프카의 책 <절망은 나의 힘>에서 차용한 것을 밝힙니다.
참고문헌
프란츠 카프카, 『절망은 나의 힘』, 가시라기 히로키 역, 한스미디어, 2012.
Joseph P. Forgas. (2007). When sad is better than happy: Negative affect can improve the quality and effectiveness of persuasive messages and social influence strategies, Journal of Experomental Social Psychology, 43, 513-528.
Soldat, A. S., & Sinclair, R. C. (2001). Colors, smiles and frowns: external affective cues can directly affect responses to persuasive communications ina mood-like manner without affecting mood. Social Cognition, 19, 49-469.
Forgas, J. P. (2002). Feeling and doing: affective influences on interpersonal behavior. Psychological Inquiry, 13, 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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