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어떤 사람과 작은 이별을 했다. 물론 지금도 세상에 둘도 없는 소중한 사람이지만, 이별을 할 당시 나와 그 사람의 마음은 모두 지옥이었다.
그 사람이 떠나간 지 몇 개월이 지나고, 내 마음에 변화가 생겼을 때가 되어서야 알게 되었다. 내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던 그 사람의 행동은 사실 문제가 아니었다는 것을.
나는 당시 굉장히 성취 지향적인 삶을 추구하고 있었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사람은 반대로 많이 느긋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고, 개인적인 사정으로 조금 삶에 휴식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관계가 어떻게 점점 힘들어졌는지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 사람이 인생을 더 보람차게 보내야 한다는 압박감을 주었다. 아마 그 당시에는 내가 이 사람을 책임져야 할지도 모른다는 헛된 불안감, 내가 생각하는 '옳은 삶'에서 벗어난 것만 같은 행동 등에서 밀려오는 불안을 이기지 못했던 것 같다.
사실 이런 상황은 인간관계를 하다 보면 흔하게 있는 일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나와 다른 점이 있을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해 어떤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 갈등은 특히 상황이 부정적으로 흘러갈 때 일어나기가 더욱 쉽다.
하지만 이것이 건강한 관계가 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했기에 나는 시간을 조금 두고 그때의 상황을 계속해서 복기해봤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나서야 이제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나만의 방법이 생겼다. 그리고 이것을 스스로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기록을 해두고자 한다.
1. 나와 반대의 성격을 가진 사람이라고 해서 나의 성격이나 인생을 중화시켜주지 않는다. 오히려 내 본래의 성격이 더 강하게 발현되게 만들기도 한다.
2. 그렇다고 이 사람이 나랑 맞지 않는 것은 아니다. 우선 나는 그 사람과 있으면 정말 편안하고 재미있다. 사실 모든 성격은 다 장단점과 나와 다르고 비슷한 점이 있다. 즉 성격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3. 그럼 왜 갈등이 생겼던 것일까? 바로 내가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인정해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그 말도 안 되는 인생관 내에서 그 사람의 행동을 해석한 것이 갈등의 시작이었다.
사실 내가 '문제'라고 생각한 그 사람의 행동이 진짜 문제는 맞는가? 그 사람은 그냥 어떤 행동을 했을 뿐이다.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판단하거나 시정하려고 개입하는 것은 모두 나의 일방적인 판단이다. 즉,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4. 그럼 어떻게 그 사람 자체를 볼 수 있을까? 그게 가능한 일이기는 한가?
아이러니하게도 자극이 들어오는 상황에서 '내 마음', '내 느낌', '내 감정'에 집중하고 편안함을 찾으려 하면 그 사람 자체가 보이기 시작한다. 외부의 자극에 대해 판단이나 개입을 하려는 '내 생각'이 아니라, 나의 마음에 집중을 하는 것이 오히려 투명하게 바깥세상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준다. 이건 평소에 연습을 해 두어야 한다.
평소에 외부의 자극 하나하나에 반응을 하다 보면 정작 그것에 대한 '내 마음'은 사라지고, 오히려 불안정한 '판단'만이 남게 된다. 저 사람은 왜 저러지? 한국이라는 나라는 왜 이러지? 이런 불안이 커지고 행동력이 빠른 사람은 내가 뭔갈 바로잡아야 할 것 같은 마음에 휩싸여 타인에 대한 개입까지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외부의 자극이 아닌 내 마음에 집중을 하고, 그 마음을 오롯이 느끼고 인정한다면 오히려 자극에서 나를 쉽게 분리시킬 수 있다. 그리고 충분히 감정을 느꼈다고 생각이 되면 심호흡 등으로 감각에 집중하면 감정이 진정된다.(이 과정은 명상을 통해 연습을 하면 점차 쉬워지는 것 같다.) 그리고 그 뒤에 상황을 다시 복기하며 생각을 정리하거나 하는 과정을 거치면 된다. 내 감정을 부정하거나, 의심하거나, 합리화하려는 생각을 하다 보면 오히려 감정은 해소되지 않고 더 깊숙한 곳으로 숨어 엉뚱한 모습으로 발현이 된다는 것을 알고 나서 나는 오히려 감정 자체를 깊이 느껴보는 연습을 하게 되었다.
이 연습을 반복하다 보면 아무리 밖에서 남이 이상한 행동을 해도 내 마음에 불편함을 주지 않는다. 내가 오롯이 나 자신으로 있기 때문에, 타인은 타인 자체로 남겨둘 수 있게 되는 것이다.
5. 그래도 만약 타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그때에도 나는 내 마음에 집중해보는 방법을 택했다. 자극이 들어올 때 그것에 반응하고 싶은 충동을 잠시 멈추고, 이 충동이 과연 나를 편안하게 하는지 물어본다. 그리고 그 '개입 행동'을 하면 내가 정말 편안해 질지 한 번 더 질문을 던져본다.
그렇게 되면 그 사람의 행동이 마치 영화 속 등장인물이 공연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그냥 그 사람은 그 사람의 세계에서 놀고 있는 것이고, 나는 내 세계에서 편하게 놀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어떤 문제가 있다'는 판단, 그리고 '그것을 해결해야한다'는 생각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나와 그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6. 그러니 그냥 내 마음에 더 신경을 쓰고, 그 사람은 그 사람으로 두 자. 그리고 진짜로 그 사람이 도움을 요청하면 그때, 기꺼이 기쁜 마음으로 해주자. (내가 해주고 싶다면!)
7. 그래도 상대방의 행동이 내 마음에 불편함을 줄 수 있다. 이럴 때에는 그 행동을 건조하게 서술하고, 내 마음을 전달하는 것에 초점을 준다. '네가 ~한 행동을 해서 내가 ~한 감정을 느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우리는 가끔 어떤 상황에 객관적인 '정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 객관적인 정답이라는 것은 없다. 가장 객관적인 것은, 그 상황에서 느낀 '내 감정', '내 마음' 뿐이다. 오로지 내가 그것을 느꼈다는 것 만이 100%의 확률로 진실이고, 확실하게 너에게 이야기해야만 하는 사실인 것이다.
그리고 그 객관적인 진실만이 그 사람이 그 행동을 바꾸어야 할 근거가 될 것이다.
8. 만약 내 마음을 전달했는데도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면 거리를 두는 것이 답이다. 그 사람은 내 마음을 신경 쓰고 있지 않거나, 내 마음보다 우선시 되는 무언가가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 마음을 존중해 주지 않는 사람과는 더 이상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지 않아도 된다. 그게 그 사람과 나의 마음을 모두 존중할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그리고 그 이상으로 무언가를 하려고 하면 안 된다. 그 사람이 날 존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무언갈하고 싶은 충동이 든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라. '내 행동이 과연 나를 편안하게 해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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