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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한 이야기/몸과 마음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이 공부도 잘 할까요

by 윤춘 2021. 5. 4.

"왜 공부를 잘하는 애들이 노래도 잘하지?"

 

어느 날, 우리 반에서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은 모두 노래를 잘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럴듯한 가설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10년이 지난 지금도 잊히지 않는 질문입니다.

 


우리는 모두 어떤 리듬을 안고 살아갑니다.

어떤 물건은 움직이지 않는 리듬을, 어떤 동물은 죽을 때 까지 움직여야 하는 리듬을.
당신은 어떤 리듬을 가지고 살아가나요?
리듬이라는 것은 생명을 다 할 때 까지 제 발걸음을 멈추지 않는 아이라,
이 질문은 아주 잠시동안 느껴진 찰나의 순간으로만 답할 수 있을 것 입니다.

때로는 자신의 리듬을 알고 살아가는 날도 있지만, 언젠가는 자신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 지도 모른 채 살아가는 날도 있을 것 입니다. 

자기가 가진 리듬을 알고, 그 리듬을 절대 놓지 않는 때도 있지만,

자기가 가진 리듬을 의심하고, 책망하며, 어떻게든 이어가지 못하는 때가 있습니다.

리듬을 거부하는 순간은 어지러운 순간입니다.

타고난 리듬을 인정하지 못하고, 제 리듬을 어려워하는 사람은 언제나 마음이 어지럽습니다. 

무언가를 타고 세상에 났다는 것은, 내가 그걸 선택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기에.

거부할 필요도, 그렇다고 좋아할 필요도 없는 하나의 필연일 뿐이기에.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우연으로부터 내려받은 그것을 그저 바라보고, 인정하고, 사랑하는 것일 겁니다.

 


사랑에도 리듬이 있습니다.

어떤 사랑은 아무리 느려도 제 리듬을 잃지 않지만, 어떤 사랑은 아무리 원해도 서로의 리듬이 만나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루어지길 바란다면, 상대의 리듬과 만날 때 까지 기다리고 기다려야겠죠.

어떤 사랑은 서로의 리듬을 지켜나가며 또 다른 리듬을 이루어내지만, 어떤 사랑은 서로의 리듬을 깨어가며 이루어집니다.

어쩌면 사랑에서조차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의 리듬을 지켜내는 것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글을 쓰는 것은 리듬을 타는 것이 전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생각을 타고, 타고, 타다가, 결국 종이 위에 흘러내는 것 입니다.

외줄 위를 걷는 곡예사가 발을 내딛는 심정으로 문장을 써 내립니다.

넘실대는 줄의 리듬을 깨트릴까 한 줄 한 줄 조심스럽게, 때로는 가감 없이 내딛습니다.

시작은 쓰는 이가 결정하지만, 결국 다음 문장은 이전의 문장이 결정하기에, 

아무리 힘이 들어도 결말의 리듬이 오기 전에는 멈추어선 안됩니다.

아무리 욕심이 나도 결말의 리듬을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합니다. 

 


결국 세상에는 나의 리듬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세상의 리듬은 모두 가느다랗게 손을 잡고 있어서, 너의 떨리는 몸에 내 눈동자가 흔들립니다.

자신의 리듬이 너무 중요한 사람은 제 앞의 리듬도 볼 줄을 몰라서,

네 마음에 들어가 보고 싶다고 조심스레 두드리는 낙낙한 울림을 듣질 못합니다.

그렇게 저벅저벅 돌아서는 발걸음이 누구의 발걸음이었는지도 알아채지 못한 소리가 수만 번.

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방에 숨어 너의 리듬도, 집 밖의 리듬도, 세상의 리듬도, 모른다는 사실 조차 모른 채 매 순간을 성실하게 보낸 하루입니다.

 


결국 성공하는 사람은, 세상의 리듬을 잘 알아서 자신을 적절하게 태워 보낼 줄 아는 사람이 아닐까,

결국 이기는 사람은, 세상의 리듬 안에서 자신만의 리듬을 잘 유지하는 사람이 아닐까,

결국 이루어 내는 사람은, 세상의 리듬이 나에게 올 때를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 아닐까,

결국 행복한 사람은, 제 리듬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 아닐까,

그러니까, 잘 사는 사람은 결국 리듬을 잘 타는 사람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봅니다.

 

살아간다는 건 노래를 부르는 것과 별반 다른 일이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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