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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영상물

신이 이들에게 빼앗아간 것은 무엇일까, <마인> 효원그룹 양순혜 한진호 한진희 캐릭터 및 심리 분석

by 윤춘 2021. 5. 27.

마인 인물관계도

 

 

서로의 욕망이 얽히고 얽힌 드라마 <마인>의 주인공들. 화려한 의상과 소품으로 볼거리가 넘치는 드라마이지만 주인공들은 모두 자신이 원하는 단 한 가지를 갖지 못해 고통 속에 살아간다. 

 

이들이 갖지 못한 '단 한가지'는 무엇일까. 갖지 못한 것과 가진 것 사이에서 그들은 드라마 속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지, 자세하게 파헤쳐 보자. 

 

1. 양순혜

1화, 공작새 노덕이를 배경으로 성악을 배우는 장면
2화, 한수혁의 약혼녀가 인사를 드리고 산책하는 장면

 

 

이 드라마에서 가장 화려한 옷을 입지만, 또 가장 이질적인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 양순혜다. 드라마 펜트하우스에서 기겁을 하고 화면을 끈 장면이 있는데, 바로 중세시대 귀족 코스프레를 한 파티다. 일부러 상류계층의 허위 허식을 풍자하기 위한 설정인 것은 알지만서도, 너무 낯이 간지러워 더 이상 드라마를 보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양순혜 역시 이러한 모습을 보여준다. 염색하지 않은 흰 머리조차 서양 귀족의 금발을 떠올리게 하고, 그 의상은 얼마나 '옛것'스러운 지, 화려하면서도 현대적인 드라마의 건축물과는 다소 어울리지가 않는다. 그리도 아끼던 노덕이는 저 멀리 자유를 찾아 날아갔고. 

 

드라마 펜트하우스의 귀족파티, 출처: https://content.v.kakao.com/v/5fa9ad6fa437ca6e4f20584e

 

계급 1번에 속하는 양순혜는, 이 집안에서 회장 다음으로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화려한 비명과 미운 7살이 아니라 미운 칠순을 맞이한 그녀에게 땡깡과 폭력은 덤이다. 양순혜는 드라마 내내 무언가를 먹고 있는데, 이는 그녀가 동물로서의 욕망에 아주 충실한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즉, 7살의 욕망에서 벗어나지 못한 순혜다.  

 

손자가 없어진 것보다, 자신이 아끼던 노덕이가 사라진 것에 더 화를 내는 그녀. 설사 그런 마음이 들었다 할지라도, 성인이라면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마음을 적절하게 드러내는 연습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양순혜는 절대 자신의 감정을 속이는 법이 없다. 사회와 타인 속에서의 자신이 아니라, 그저 '나'밖에 모르는 양순혜는 아마 피아제의 인지발달이론 중 '전조작기', 즉 2-6세 정도의 발달 수준밖에 거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할 수 있다. 

 

7살 아이 수준의 욕망에서 벗어나지 못한 양순혜

이렇듯 자신이 가진 모든 욕망을 실현하면서 사는 순혜. 그녀에게 딱 한가지 모자란 것이 있다. 바로 남편의 사랑이다. 한회장은 아내 양순혜를 두고 '김미자'라는 의문의 여인을 가슴 깊이 사랑하는데, 여기서 순혜의 결핍이 완성된다. 모든 것을 다 가진 사람이 자신과 가장 가까운 관계인 남편을 갖지 못했을 때, 그녀의 분노는 더할 나위 없이 활개를 친다. 

 

"아직도 아버님을 사랑하세요?"라는 첫째 며느리(정서현)의 질문에

"그 양반이 아직도 김미자를 사랑하겠지"라고 답한다. 나는 이 대사가 한회장을 '사랑'한다는 대답은 아니라고 들렸다. 그저,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집착과 욕망을 사랑이라는 단어로 얼버무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7살 수준의 욕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자신이 갖지 못한 단 하나의 사랑에 집착하며 온갖 콤플렉스로 자신을 뒤범벅시키는 순혜. 그녀는 그렇게 스스로의 말처럼, "죽은 년을 상대하며, 눈에 뵈는 게 없는" 사람이 되었다. 

 

 

2. 한진호

 

1화, 복권을 긁다 아내 정서현에게 타박을 맞는 장면

 

양순혜의 친아들이자 한회장의 첫째 아들. 사실 양순혜를 비롯하여, 한진호와 한진희(둘째 딸)는 똑같은 수준의 발달단계에 머물러 있다. 

 

한진호의 경우, 남자가 하지 말아야 할 세 가지, '술, 도박, 여자'를 모두 일삼으며 나름의 욕망에 충실하고 있다. 알코올 중독으로 여러 문제를 일으켰던 한진호가 정서현을 만나 온순한 양(?)으로 변했다고는 하나, 여전히 7살 어린아이 이상의 욕망은 보여주질 못하고 있다. 

 

화려하지만 소년같은 느낌을 주는 패턴의 옷을 입은 한진호

이러한 한진호의 영유아기적 모습은 역시 그의 옷에 잘 나타난다. 다른 남성 출연자들에 비해 양복을 덜 입고, 그 안에 형형색색의 프린트가 가미된 스카프를 두르는 등의 옷을 자주 입는 한진호. 다소 발랄하면서도, 아직 어린 소년과 같은 모습을 벗지 못한 그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다. 

 

또 하나의 특징은,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못한다는 것이다. 양순혜에게서 배운 것일까. 이는 처음 김자경이 등장할 때 여지없이 드러나는데, 아내 정서형과 인터뷰를 하는 김자경을 보고 탐욕의 눈빛을 숨기질 못한다. 이걸 바로 눈치챈 정서형은 그녀를 동서 서희수의 집으로 보내버린다. 이렇듯 솔직한 감정은 오히려 문제가 생기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기도 하다. 

 

1화. 인터뷰하는 김자경을 처음 마주친 한진호

 

한진호에게 부족한 것, 그것 역시 사랑이다. 누구에게 사랑을 받지 못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자기 자신만 아는 엄마 양순혜에게 통념적인 '엄마의 사랑'은 받지 못했을 수도 있고 (그래도 자기 것을 그토록 아끼는 순혜라 진호와 진희를 많이 아꼈을 것도 같은데). 2화에서 그는 자신이 첫 아내에게 버림을 받았다고 한다. 자신이 얼마나 싫었으면 자식까지 버렸겠냐고. 그리고 그는 현재 아내인 정서현에게도 거의 버림받은 것과 다름없는 취급을 받는다. 

 

애초에 행동을 똑바로 하면 되지 않냐고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그래도 사랑받지 못한 건 사실이니. 이것을 진호의 결핍으로 두자.

 

2화, 매제 박정도에게 자신과 여동생이 사랑받지 못한 존재라는 것을 알리며 우는 진호.

 

3. 한진희

 

2화, 유명한 크림빵 사건

한진희는 사실 엄마 양순혜와 그냥 똑같다고 보면 된다. 자신의 감정을 전혀 숨기지 못하는 사람, 내 마음에 안 드는 사람에게 마음대로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 다만 차이가 있다면, 양순혜는 기쁨과 슬픔과 분노 모두를 표현하지만 한진희에게 있는 감정은 '분노'뿐이다. 항상 누군가를 비꼬고, 물건을 던지고, 소리를 지르고 있다. 아니면 불안해하거나. 

 

드라마에서 중간중간 영어를 사용하는데, 유학시절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궁금하다. 원하지 않은 유학을 다녀온 건가? 

 

 

그녀의 시그니처는 이 산발머리. 드라마 내내 마치 '마녀', '히스테리'를 연상시키는 산발을 한 머리를 유지하는데, 아마 그녀의 성격이 매우 히스테릭적임을 나타낼 것이다. 그리고 이 장면,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이다. 한진희, 한진호, 그리고 한진그룹. 

 

그녀의 결핍 역시 사랑이라고 한다. 누구의 사랑을 얻고 싶은 것일까. 아마 '자기 자신'으로부터의 사랑일 것이다. 그녀는 '나르시시스트'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이는데, 계속해서 남을 깎아 내리고, 남이 자신에게 부정적인 모습을 보이면 '너 나한테 자격지심 있지'라고 이야기한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부러워한다고 착각하는, 나르시시스트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그리고 나르시시스트의 핵심은, 높은 자존심이 아니라 '낮은 자존감'에 있다. 

 


이렇게 효원그룹 삼인방의 캐릭터를 분석해보았다. 한지용은 처음부터 겉과 속이 다른 인물로 나오는데, 양순혜의 친자식이 아니어서 그런지 약간 다른 색을 띠고 있어 다음에 분석을 하고자 한다. 

 

오늘 분석한 이 세 사람의 공통점은 '솔직함'이다. 자신의 욕망을 그대로 표현하고, 여기저기서 타박을 받지만 절대 굽히는 법이 없다. '순혈'의 특권, 혹은 욕망의 '대가'. 

 

하지만 이들은 솔직함을 무기로 극 중에서 중요한 역할을 톡톡히 한다. 바로 집안의 비밀을 숨기질 못한다는 것이다. 스토리가 전개되는 데에는 인물들이 알지 못하는 사건들이 점점 드러나며 갈등이 심화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비밀을 드러내는' 역할을 이들이 계속해서 해주고 있다. 

 

일례로, 엄마 양순혜는 김자경 튜터의 비밀을 정서현에게 숨기질 못하고 말실수를 하며 계속해서 드러낸다. 그리고 한진호는 김자경을 처음으로 봤을 때 자신의 욕망을 숨김없이 드러내 또다시 정서현에게 들키도 만다. 한진희 역시 김자경을 보자마자 '어디서 본 적 없어?'라고 대놓고 물어본다. 스스럼없이 자신의 감정과 비밀을 모두 드러내는 이들. 아마 앞으로도 이들 귀에 들어간 비밀은, 모두 주인공에게 노출이 될 것 같다. 혹은, 비밀을 감추려다가 더 문제를 키우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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