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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영상물

애초에 신이 그들에게 준 것은 단 하나도 없었나, <마인> 강자경 김유연 캐릭터 및 심리분석

by 윤춘 2021. 5. 31.

마지막으로 분석할 캐릭터는 강자경과 김유연이다. 이들은 효원가에 들어온 외부인으로, 효원가의 핏줄이 섞인 가족들, 며느리들, 그리고 그다음 세 번째 계급에 속하는 인물들이다. 흑과 백, 천사와 악마를 연상시키며 상반된 첫 등장 씬으로 효원가에 발을 디딘 두 사람. 하지만 드라마가 지속되며 그들은 '누군가에게 모든 것을 빼앗긴' 인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 발견된다. 

 

마인 인물도

 

1. 강자경

 

1화, 강자경 첫 등장

 

회차를 거듭할수록, 강자경은 외강내유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사람으로 점점 변해간다.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화려한 옷과 쭉 찢어진 눈매가 '마녀', 혹은 '악마'라는 모습을 연상시켰다. 서희수의 옷을 꺼내 입어 당당하게 춤을 추는 모습, 효원가의 만찬에 내놓을 음식을 대놓고 손으로 집어먹는 모습 등, 이 사람 보통이 아니구나 하는 말이 절로 나온다. 

 

1화, 효원가의 물건을 탐하는 자경

하지만 앞서 분석했던 인물들을 살펴보면, 강자경은 효원 그룹의 세 어린아이들(양순혜, 한진호, 한진희)과 비슷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로 자신이 가진 욕망을 숨기질 못한다는 것이다.

 

원하는 것을 갖기 위해 비밀을 안고 들어왔다면, 더욱더 치밀하고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것이 대부분 악역들의 레퍼토리. 강자경은 다르다. 원하는 것을 계속해서 드러내고,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들키곤 한다. 즉, 원하는 것을 '얻는 것'보다는, '내가 너희 것을 원하고 있어'라는 마음을 드러내는 것이 강자경에게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6화, 실종된 하준이를 찾은 뒤의 자경

 

자경이 악역치고는 너무 약하다는 사실은 이후 회차를 거듭하며 계속해서 드러난다. 하준을 진심으로 키워준 희수의 마음을 확인하였을 때 그녀는 고마움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이었다. 자신의 잘못으로 하준이 실종되었을 때, 죄책감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이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한다는 '외강'의 모습과 달리, 그녀의 마음은 계속해서 흔들리는 '내유'의 모습을 보인다. 이 지점에서, 자경은 희수와 어느 정도 연대를 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이 드러나고, 실제로 희수가 아픈 사건을 겪었을 때 손수 밥을 차려주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 자경은 안타깝다. 사람의 마음은 복잡하면 복잡해질수록 스스로를 힘들게 만든다. 행동과 시야가 흐린 사람이 어떻게 그 큰 벽을 넘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단 말인가. 자경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지금 어떠한 전략도 취하고 있질 못한다. 그저 '내 거 내놔'라는 말만 반복할 뿐이다.

 

앞으로 자경이 어떤 변화를 겪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희수와 같은 것을 원하고 있고, 적어도 둘 중 한 사람이라도 그것을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 그리고 희수는 자경에게 어떠한 죄책감이나 안쓰러움 등의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결말은 희수의 편을 들어줄 것으로 보인다. 혹은 두 사람이 같이 원하는 것을 공유하거나.

 

8화 마지막 장면

드라마의 중간 지점인 8화에서 그녀는 더욱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희수와 연대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다시 자신의 것을 갖기 위해 표독스러운 모습으로 효원가에 나타난다.

 

하지만 자경이 계속해서 희수와 '엄마'가 가지는 감정을 공유하는 것을 보여주고, 서현과 희수도 자경을 집안에 들이는 상황이 있었던 것으로 봐서는 갑작스러운 자경의 출연은 서현, 희수와 같이 연출한 연기인 것으로 보인다. 한지용을 향한 여자들의 복수'극'의 시작인 것이다. 

 

지금 자경은 처음의 표독한 모습을 모두 잃어가고 있다. 그리고, 아무것도 가지지 못했던 그녀에게 손을 내미는 사람들이 있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아들 하나라고 하지만, 사실 그녀는 한지용과 교제를 시작하며 모든 것을 잃었다. 사랑, 직업, 국가, 그리고 자기 자신의 이름까지. 아마 그녀는 아들을 원한다고 이야기 하지만, 그 내면에는 아들을 잃어버리며 자신의 모든 것을 빼앗겼던 순간에 대한 억울함이 더 클 것이다. 잃어버린 5년의 시간을 되돌려 달라고, 잃어버린 아들, 아니 내 '이름'을 돌려달라고. 

 

자경은 그렇게 본격적으로 자기 자신을 찾아 나서기 시작한 것 같다. 처음에는 '누가 봐도 악역'인 모습으로 등장했지만, 회가 진행될수록 '누구보다 약한' 사람이었으며, 이제는 '누구보다 안타까운'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그래서, 모든 등장인물 중 가장 마음이 간다. 드라마의 핵심이 되는 4명의 여자들 중, 가장 잃은 것이 많고, 가장 되찾아야 할 것이 많은 인물이라. 

 

 

2. 김유연

 

 

사실 김유연은 초반에 비해 점점 비중이 줄어든다고 느껴졌다. 전형적인 외유내강 캔디, 혹은 신데렐라 캐릭터인가? 역시 드라마에는 재벌가 아들과 사귀는 서민 여성 한 명은 나와야 시청자의 시선을 끌 수 있는 것인가? 

 

8화, 한수혁의 결심

 

8화에 들어서자 한수혁과 김유연의 사랑은 어느 정도 결말이 보이는 듯하다. 한수혁은 비겁하지 않았고, 김유연은 비굴하지 않았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의 마음을 지킬 줄 아는 사람이었기에 가능한 전개였다고 생각한다. 

 

이제 중요한 것은 김유연의 캐릭터를 어떻게 살릴까이다. 그저 그런 캔디와 신데렐라를 결합시킨 역할로 소비시키기엔 드라마의 주제가 명확하다. "세상의 편견에서 벗어나 진짜 나의 것을 찾아가는 강인한 여성들의 이야기"라는 마인의 주제는, 서희수와 정서현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잣집 아들과 결혼하여 인생이 핀다는 이야기는, 지금까지 너무 많은 세상에서 들려준 이야기다. 이 드라마에서 김유연은 이 '세상의 편견'에서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 그렇게 하여 김유연이 가지게 될 것은 과연 무엇인가에 주목하고 싶다. 

 

다행히 이번주 7,8화를 거듭하며, 김유연의 캐릭터는 점점 빛을 발한다고 느껴졌다. 김유연이 카덴차(정서현의 집)에 있을 때는 그저 재벌가 아들과 사랑을 하는 역에 불과했다면, 루바토(서희수의 집)에 오니 특유의 강인함이 빛을 발한다. 

 

8화. 한지용에게 맞서는 유연

 

전부터 정서현에게 절대 지지 않는 모습 등, 자신의 의견을 절대 굽히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 유연이었다. 그러나 한수혁에 대한 사랑이 너무 커서 정서현에게 자신의 마음을 굽히지 않았다고 생각할 핑계가 있었던 예전의 모습과 달리, 이번 화는 유연의 강인함을 더 잘 보여주는 화였다. 사실 희수와 지용의 관계에서 유연은 아무것도 얻을 것도, 잃을 것도 없다. 하지만 유연은 끝까지 희수를 지키고, 심지어 "방해하지 말고 혼자 두시는 게 어떨까요"라며 지용의 심기를 거슬리는 말을 한다. 큰 며느리인 서현의 공격보다 오히려 더 속이 시원하게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그래서 유연은 무언가를 얻지도, 잃지도 않을 것이다. 수혁과의 사랑이 이루어진다 하여도, 수혁은 유연의 인생에 한 부분일 뿐일 것이다. 유연은 수혁이 없어도 자신을 지킬 줄 아는 사람이다. 그래서 수혁과의 사랑이 어떻게 될지는, 스토리 상으로는 중요하나 유연의 삶에는 큰 기점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처음 효원가에 들어왔을 때 누구보다 비참해 보였던 유연. 하지만 결국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하게 자신을 지킬 줄 아는 사람은 유연 한 사람뿐이었다. 신이 모든 것을 앗아간 인물이라고 생각한 유연은, 사실 신이 빠짐없이 모든 것을 준 유일한 사람이었다. 

 


 

두 사람은 흑과 백의 양 극단에서 시작하여, 가질 수 없는 것을 욕망하며 교차하다가, 점점 모든 것을 이뤄가거나, 모든 것을 잃어가는 두 양 극단으로 다시 해체된다. 즉, 강자경은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얻고자 하는 마음에서 효원가에 들어왔으나, 회차가 거듭될수록 점점 자신의 욕망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간다. 하지만 김유연은 사채업자에게 쫓기는 등 모든 것을 잃어버린 상태로 효원가에 들어왔으나, 사실은 누구보다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이었다. 

 

같은 시기에, 같은 위치에서, 가질 수 없는 것을 욕망한다는 공통점을 가진 두 사람. '세상의 편견'이란 시선 속에서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두 사람.

 

둘 중, 누가 악으로부터 자신을 구원할 것인가. 

 

"노루가 사냥꾼의 손에서 벗어나는 것 같이, 새가 그물 치는 자의 손에서 벗어나는 것 같이 스스로 구원하라" 

 

성경에 나오는 구절이다. 결국 악으로부터 구원받기 위해선 스스로 일어서야 한다. 이 두 사람 중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스스로 효원가의 손에서 벗어나 좁은 문을 박차고 나설 수 있는 자는 누가 될 것인가. 앞으로 남은 8회의 회차를 조금 더 지켜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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