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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영상물

신이 빼앗은 것을 되찾는 사람들, <마인> 서희수 정서현 캐릭터 및 심리 분석

by 윤춘 2021. 5. 28.

마인 등장인물도

 

서희수와 정서현. 효원 그룹의 두 아들과 결혼한 며느리들. 효원 그룹과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두 번째 계급의 인물들이지만, 사실 집안에서의 실세는 이 둘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정서현은 집안의 사정을 모두 알고 컨트롤을 하는 역할을 하며, 서희수는 배우 출신이라며 무시를 당해도 할 말은 하며 한 회장의 예쁨을 받고 있는, 정서적으로 가장 안정되어 보이는 인물이다. 

 

이런 그녀들은 강자경과 김유연의 등장으로 어떤 변화를 겪게 될까. 모든 등장인물들 중 가장 강해보이는 이 두 사람은, 드라마에서 진행되는 갈등으로 인해 역설적으로 가장 많은 심정과 상황의 변화를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1. 서희수

 

서희수(이보영)

드라마의 핵심 주인공 서희수. 정서현과 반대로 감성적인 모습이 돋보이며, 자신의 감정을 적절하게 드러내며 자신을 지킬 줄 안다. 배우를 직업으로 선택한 것도 이런 성격 때문이었을까. 

 

드라마 초반에서도 줄넘기를 하며 스트레스를 푸는 희수가 "격에 맞는 운동을 해야 되지 않아요?"라고 묻자, 

"운동에 격이 어디있어요. 그리고 재벌가 사모의 격이 뭔데요. 난 나를 지킬 거예요. 여기선 그게 제일 힘들어요."라고 말하며 두 번 자신을 지킨다. 첫 번째는 자신의 운동을 격이 낮은 운동으로 폄하하는 강자경으로부터, 두 번째는 재벌가 집안사람들의 폄하로부터. 

"수영복 이뻐요" 라며 오히려 칭찬을 하며 강자경의 공격을 칭찬으로 받아버리는 펀치는 덤이다. 

 

2화, 줄넘기가 사모의 격에 맞지 않는 운동이라 말하는 강자경

 

강자경과의 갈등으로 무너지기 전, 희수는 누구보다 자신을 잘 지키고 있었다. 가족과의 만찬에서 입을 고를 때에도 "안될텐데요, 그런 튀는 색깔"이라는 말에도, "안 되는 건 도전해보는 맛이 있지"라며 자신이 원하는 색의 드레스를 과감히 택하며 가족들의 시선보단 자신의 취향을 고집하는 그녀였다. 

 

1화, 주황색 드레스를 고르는 서희수

 

돈, 집안, 외모, 성격, 그리고 자존감까지. 다 가진 그녀가 놓친 것이 뭐가 있을까. 사실 초반에는 그녀가 너무 완벽해 보여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이 사람의 흠은 도대체 무엇일까'를 고민하게 만들 정도다. 

 

하지만 드라마 초반, 강자경이 등장하면서 부터 신이 그녀에게 주지 않은 단 한 가지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바로 인간에 대한 '의심'이다. 

 

서희수가 드라마 내내 범하는 가장 큰 실수는, 사람을 너무 잘 믿는다는 것이다. 무언가 부족한 점이 있지는 않을지 자기 자신을 돌아보며 반성하고, 적절하게 이성과 감성을 조율하며 타인의 마음을 살 줄 아는 그녀의 모습은 사실 보통 사람이 갖기 어려운 '경지'다. 

 

하지만, 그녀는 본인이 이런 성격을 가지고 있으므로 타인도 그녀와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극 중 시어머니 양순혜와 그녀의 딸 한진희에게 계속해서 "정신과에 가서 상담을 받아봐라"라고 말하는 모습, 강자경이 처음에 자신의 주황색 드레스를 입으며 이상한 사람처럼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을 보고도 다음날 웃으며 농담을 하는 모습. 

 

하지만, 정서현(김서형)의 말처럼, 정작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하는 사람은 절대 정신과에 가지 않는다. 그 사람들에게 피해를 받은 사람이 정신과에 가는 법이다. 피해를 받은 사람은 계속해서 '자신이 잘못된 것은 아닌 지' 검열을 하며 정신건강을 악화시키지만, 많은 가해자들은 애초에 '자신에겐 잘못된 점이 없다,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2화, 사람을 너무 잘 믿는다고 타박받는 희수

"내 살아온 데이터가 말해줘. 나 사람에게 심하게 뒤통수 맞은 적도 없거니와, 내가 그 사람을 믿어주면 그 사람도 내 믿음의 방향대로 변하더라고."

 

이게 서희수의 가장 큰 실수다. 사람에게 심하게 뒤통수를 맞은 적이 없다는 것. 혹은 뒤통수를 맞아도 본인이 맞은 줄 모르는 사람이라는 것. 

 

그래서 그녀는 드라마 내내 배신당할 것이다. 아마 그 중심에는 남편이 있을 것이고. 희수는 가해자들이 자신처럼 선하게 자기 검열을 하며 행동을 교정할 것이라고 믿는, 그런 사람이다. 나중에 남편에게도 정신과에 가보라고 권하고 있을지, 아니면 이 순수병마저 극복하는 진정한 '완벽한 인간'으로 거듭나게 될지, 둘 중 무엇을 택하느냐에 따라 이후 살인 사건에서 그녀의 역할이 결정될 것이다. 

 

 

2. 정서현

 

3화, 좁은 문에 갇힌 코끼리를 감상하는 서현

3화 좁은 문은 정서현의 모든 것을 담아 낸 회차였다. 좁은 문에 갇혀 나오질 못하는 코끼리를 보고 우는 정서현의 눈물은 코끼리의 그것을 여지없이 투영했다. 아니, 코끼리의 눈물이 정서현의 그것을 투영하고 있었다. 

 

서현은 처음부터 너무 이성적이였다.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며 입고 싶은 주황색의 화려한 드레스를 입으며 자신을 뽐내는 희수와 달리, 서현의 모든 말과 행동은 자기 자신이 아니라 '상황'에 맞춰져 있다. 상황에 맞는 적절한 말, 상황을 통제해야 하는 상황에서만 드러내는 분노, 모든 행동이 집안의 대소사와 그룹의 이미지를 위해서 적재적소에 나타난다. 

 

사실 드라마에선 이런 캐릭터가 흔하게 나온다고들 하지만, 현실에서 이 정도로 이성적인 사람이 있다면 조금은 주의를 기울여서 살펴보아야 한다. 사람은 상황보다 자기 자신의 감정에 먼저 충실해야 한다. 만약 자신의 이익을 위해 상황을 통제하려는 욕구가 크다면 이해가 간다. 하지만 정서현은 자신의 욕심이 그렇게 큰 사람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저, 자신의 감정을 계속해서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2화, 이카루스의 날개

그녀는 태어났을 때 부터 감정이 없는 사람이었을까? 아니다. 그녀는 문화 사업에 굉장히 큰 감동을 받는 사람이다. 즉, 사람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성이 감정보다 우월한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그거 아는가?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못할 때, 이성을 발달시킨다. 자신의 뜻대로 감정을 표현할 수 없을 때, 상황을 파악하고 그 안에서 자신을 보호하려 한다. 이성은, 감정의 대리물에 불과하다.

 

2화 이카루스의 날개 편에서 정서현이 드러낸 비밀은 서현이 잃어버린 감정이 무엇이었는 지를 여한없이 드러낸다. 사랑하지 말아야 할 것을 사랑하다 불에 타 죽었다는 이카루스 이야기. 이 신화는 김자경의 입을 통해 서희수의 귀에 들어갔지만, 아마 사랑하면 안 되는 존재를 사랑하다 불에 타버린 사람은 정서현이 아니었을까. 

 


 

6화, 날아가는 노덕이

 

이 숨막히는 저택에서 노덕이는 하늘을 향해 원 없이 날아간다. 처음에는 공작이 날 수 없는데 일부러 나는 설정을 시켜 신화적으로 연출을 한 것이라고 생각했다.(공작은 날 수 있다고 한다) 날 수 없는 새가 날아간다는 황당한 설정이라고 느꼈음에도 불구하고, 노덕이가 하늘을 나는 장면은 참 예쁘더라. 참 자유로워 보이더라. 아마도 누구보다 자기 자신을 지킬 줄 아는 존재는 이 집안사람 누구도 아닌, 노덕이지 않을까 싶다. 

 

이 집안에서 노덕이처럼 하늘을 박차고 날아가는 사람은 누가 될까. '사람에게 뒤통수를 맞은 적'도 없다가, 세상에서 가장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할 서희수? 아니면 항상 누군가를 의심하며 살아가다, 이제서야 처음으로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기 시작한 정서현? 

 

이 두 사람은 누구보다 자신을 잘 지킨다고 생각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을 지켜주고 있던 그 '사람에 대한 믿음'과 '철두철미함'으로 인해 스스로를 지키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다른 점이라면 희수는 이제 자신을 무너뜨려 간다는 것이고, 서현은 지금까지 무너졌던 자신을 찾아간다는 것이다. 

 

다시 역설적으로, 두 사람은 자신이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아는, 혹은 알게 될 사람들이다. 가지고 싶은 걸 다 가졌던 희수는 이제 사람에 대한 의심을 배울 것이고, 서현은 자신이 모든 걸 가졌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단 한가지도 가진 적이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래서 둘은 너무나 잘 어울리는 커플이다. 서로는 서로의 과거다. 희수는 자신을 처참하게 무너뜨리는 상황과 싸우게 되며 '이성적인 서현'의 모습을 배우게 될 것이며, 서현은 잃어버렸던 자신을 점점 찾아나가며 '어느 상황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는 희수'의 모습을 갖게 될 것이다.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의 과거를 투영하며, 현재의 자신을 회복해 나갈 지지대가 되어간다. 

 

(실제로, 코끼리의 그림을 보고 정서현은 눈물을 흘리지만 서희수는 도련님이라 불리우는 한수혁에게 전화를 해서 김우연과의 사랑을 응원해준다. 희수는 좁은 문에 갇힌 코끼리가 한수혁이라고 생각했을까? 이는 희수는 앞으로 정서현이 정체성을 찾는 데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는 걸 상징할 것이다. 또한 정서현은 이미 김자경의 존재로부터 희수를 보호하려고 하고 있다.)

 

두 사람은 어떻게 자유를 찾아 나갈까. 살인 사건의 피해자가 되어서야 자유로워지는 것일까, 아니면 모든 부와 명예를 버리고 스스로 날아가게 될 것인가. 

 

앞으로 몇 주간의 이야기는 이 두 사람이 어떻게 성장해 나가는지에 초점을 두며 따라가보아도 재미있을 것이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를 어떻게 도와줄 지도 여러모로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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